
한 편으로는 식사 자리에서 다 비우지 않고 며칠에 걸쳐 나눠 마셨으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운 기대감도 남는군요.

소테른 등급이 정해진 1855년에 이 샤또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등급은 매겨지지 않은 와인입니다만, 디켐과 대등한 수준의 와인을 만든다는 평을 듣는다나 뭐라나...... 아직 국내 시중에 들어온 것은 못 봤고 이 와인은 지난 유럽 여행때 사들고 온 것입니다. 가격은 47.2유로로 어지간한 보르도 그랑 크뤼급 와인보다 비쌌습니다.
맛있습니다. 쉬뒤로는 세컨드로 마셔봤는데 공통점도 있지만 향과 뒷맛에서 개성이 다소 다르군요. 오히려 오발렝땡 Haut Valentin과 많은 부분에서 유사하며 더 짙은 응축감이 있습니다. 딴 직후에는 그리 와 닿지는 않았지만 펌핑해두고 다음 날, 또 펌핑해두고 다음 날 하는 식으로 마시니 3일 뒤 쯤에서 비로소 피어나며 맛이 진해지더군요. 아내도 '어? 이거 맛이 진해졌어.' 합니다.
향은 쉬뒤로(...의 세컨드) 처럼 강렬하게 찌르고 들어오진 않지만 나름대로 괜찮고 맛은 벌꿀같은 진한 단 맛에 강하지는 않은 약간의 산미, 그리고 쌉싸레하게 입 안에 가볍게 남는 뒷 맛이 얽혀 있습니다. 티냐넬로를 함께 비운 친구도 3일째 지난 이 와인을 한 잔 마셨는데 아주 맛있어 해서 기뻤습니다.
[2007.9.1추가] 파커 아저씨가 2005년11월30일자로 자기 웹사이트에 이런 노트를 남겼네요.
「 레이몽 라퐁은 1/3값 이하에 이켐(Yqeum)에 맞먹는 광채와 장중한 풍성함을 맛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눈여겨 봐야할 소테른 지구의 샤토다. 포도원은 이켐의 포도원에 바로 인접해있고 명성이 자자하다. 불행하게도 이 와인은 시중에서 찾아보기가 대단히 힘들다. 생산량이 적은데다가 (연간 1300케이스) 소유주인 Pierre Meslier가 생산량의 대부분을 유럽지역의 개인 고객들에게 팔기 때문이다. 」

부드럽고 맛있네요. 아내도 맛있다고 해서 제가 놀랐습니다. 아내는 포도주는 잘 모르지만 제가 따라주 술을 딱 한 모금씩만 맛을 보는데 지금껏 맛있다고 한 와인은 대부분 까베르네 소비뇽 품종이 메인이거나, 아니면 아예 스위트 와인이었거든요. 쉬라나 피노 누아는 아내에게서 홀대 받았는데 왠일로 피노 누아를 맛있다고 하는 걸까요?


2001년산은 이걸로 3병째 마시는 것인데 2002년산과 색도 많이 다르고 AOC의 산지 표시도 서로 다르게 되어 있었기 때문에 비교해보고 싶었습니다. 옛날에도 한 번 썼지만 2001년은 까디악 Cadillac, 2002년은 프레미에 꼬뜨 드 보르도 Premieres Côte de Bordeaux의 지명 표기로 생산되었고, 2003년은 마셔보지는 못했고 사진만 구했는데 다시 까디악 지명으로 생산되었습니다.
2002년은 마셔보니 2001년과 너무 차이가 나더군요. 눈으로 보기에 색부터 차이가 나고, 맛도 2001년에 비하면 당도가 떨어지고 맛이 흐리며 쌉쓰름한 뒷 맛이 너무 강하게 남아 별로였습니다. (사진에서 2002년쪽이 불투명하게 보이는 것은 병 표면의 이슬 때문입니다. 색상만 비교해보면 2001년쪽이 더 다갈색 기운이 감도는 꿀색이 납니다.)
2001년은 구한 몇 병 중 일부는 율러지(코르크 아랫면과 액체 윗면 사이의 간격)도 벌어져 있었고 (사진의 2001년은 정상품) 호일도 병에 들러붙어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호일을 제거하자 코르크 측면으로 끓은 흔적이 역력하더군요. 일전에 마셨던 2001년의 기억이 너무 미화된 것인지 아니면 새로 구한 병이 끓었던 것이기 때문인지 2001년산의 맛도 예전처럼 좋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끓지 않은 병이 아직 있으니 나중에 따보면 명확해질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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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보기에도 2001년이 더 맛있어보이는군요...
실은 저도 처음에 2001/2002 중에 색깔 보고 2001을 샀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인이 좋아하는 금딱지 레이블도 한 몫...
모처에 짱박아둔 티냐넬로를 마셔야 하는데.
근데 갑자기 기대도가 떨어지네.
역시 티냐넬로보다는 사시까이야 인가?
사시까이야는 가격이 2배, 아니 3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