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열해 있는 와인병. 테이스팅은 좌로부터 이루어졌습니다. 테이스팅 순서는 포듀님이 정했는데, 일단 오래된 술을 가장 먼저 먹고, 같은 밭의 와인은 나란히 몰아서 마시고, 밭의 순서는 가능한 남쪽부터 시작해서 북쪽으로 올라가는 식으로 배치한 것 같습니다. 각 보틀은 왼쪽부터 순서대로,
[1] Jean Jacques Confuron / Clos de Vougeot 1998
[2] Lignier Michelot / Chambertin Clos de la Roche 2005
[3] Robert Groffier / Bonnes Mares 2000
[4] Robert Groffier / Bonnes Mares 2004
[5] Frédéric Magnien / Clos De Beze 2005
[6] Christophe Perrot Minot / Chambertin Clos De Beze 2004
그리고 화이트 2개가 추가로 개봉되었습니다.
[7] Egon Müller Scharzhofberger Riesling Kabinett 2006
[8] Víno Marcinčák / Ledové Víno Zweigeltrebe 2003
와인을 개봉중인 하늘호수님. 숙련된 솜씨로 펑펑~
코르크 상태도 다들 좋았습니다.
장 자크 콩퓌롱의 클로 드 부죠 1998년.
감칠 맛 도는 제 취향의 와인. 시간이 지나며 향은 다소 누그러들었지만 산도는 조금 더 올라가는 듯 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리니에 미셸로의 클로 드 라 로쉬 2005년.
약간 진하게 만들어진 듯. 시간이 지나며 농후한 향이 올라옵니다.
로베르 그로피에의 본 마르 2000년.
원래는 몇 년 더 묵힐 생각이었지만, 이번이 개봉할 기회가 아닌가 싶어 들고간 와인입니다. 첫 향은 싱그럽고 상쾌한 향. 와인에서 이런 향을 맡아보긴 두 번째군요, 산도는 다소 절제된 듯 하고 농밀한 과실맛이 느껴집니다. 짜임새가 좋은 느낌.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화려한 향이 올라옵니다.
같은 그로피에의 본 마르. 빈티지는 2004년.
첫 향은 다소 꼬리꼬리한 향이 났습니다. 맛에는 제법 펀치력이 있는 느낌. 같은 도멘의 같은 밭의 와인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다른 개성을 보여주어 조금 당황스러웠던 와인.
프레데릭 마니앙의 클로 드 베즈 2005년.
꽤 최근 빈티지에 작황이 좋았다는 2005년이라 단단하리라는 예상과 달리 쉽게 피어났습니다. 이즘에 와서는 많이 취한 상태여서 제대로 테이스팅하기 힘들었지만 진하고 묵직한 맛이었다고 기억됩니다. 자리가 파할 때까지 연거푸 향만 들이켰는데 코가 마비되어버릴 듯 했습니다.
크리스토프 페로 미노의 클로 드 베즈 2004년.
작황이 꽤 까다로웠다는 2004년입니다만, 프레드릭 마니앙의 2005년과 놀랍도록 닮은 와인이었습니다. 같은 밭이라고는 해도 다른 생산자의 와인인데, 아주 흡사한 향과 맛이 나서 신기했습니다. (반면 그로피에는 빈티지만 달랐는데 완전히 다른 맛이 났고요.) 크리스토프 페로 미노는 앙리 페로 미노의 아들로 알고 있는데, 어떤 와인이 앙리의 이름을, 어떤 와인이 크리스토프의 이름을 달고 출하되는지 자세한 사항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독일 리슬링의 명가 에곤 뮐러. 샤르초프베르거(밭이름) 리슬링 카비넷 2006년입니다.
일전의 프릿츠 하크 (Fritz Haag) 리슬링 카비넷이 생각외로 단 맛이 있어서 이것도 그러지 않을까 했는데 이번 와인은 드라이했습니다. 아주 당황스러웠던 것은 석유(petrolium) 냄새. 간혹 비슷한 뉘앙스를 살짝 풍기는 와인은 있었지만 이 정도로 명명백백하고 강렬한 석유향을 풍기는 와인은 처음 만나봅니다. 칠링이 지나치게 되었었는데도 석유향이 또렷했고, 시간이 지나며 온도가 올라가자 엄청난 석유향을 뿜어냈습니다. 맛은 (이미 취했던 탓인지) 그다지 인상깊진 않았습니다.
체코에서 사온 스위트 와인. 독일계통 품종인 츠바이겔트(=츠바이겔트레베) 품종으로 만들어진 아이스 와인(Ledové Víno)입니다. 함께 사온 같은 와이너리의 반건조 와인 (straw wine)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이번 와인에도 꽤 기대를 걸었는데 기대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이번 와인은 산화된 뉘앙스가 강했습니다. 특별히 보관상의 문제가 있었던 것 같진 않고, 양조/숙성의 방법상 이런 뉘앙스를 풍기는 것 같습니다. 홍차같은 호박색에 넉넉한 산도가 특징적. (사진에 잘 안보이는데, 왼쪽 뒷편의 작게 보이는 호박색 글라스입니다.) 당도나 산도는 적절했지만 그에 비해 입안에서 느껴지는 질감이 떨어져서 전체적 짜임새는 조금 모자랐습니다. 어딘가 10% 모자란, 아쉬운 와인.
워낙 쟁쟁한 피노들이 한 자리에 모였고,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모두 훌륭한 맛과 향을 뽐냈기에 만족스런 번개 모임이었습니다. 신년 초에 입과 코가 (특히 코가) 호사를 누렸습니다. 좋은 자리를 주최해주신 빈비노님께 감사드리며 글을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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