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에서만 수 천 명의 사망자가 생길 정도로 폭염에 시달린 2003년은 보르도 지방에 있어서는 훌륭한 빈티지였지만, 이 해에 생산된 그랑 크뤼들은 골격이 매우 강건하여 시음적기에 이르기까지 기나긴 병숙성 기간을 요구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입니다.
그래서 이 보틀을 지금 개봉해도 될까 불안감도 없지 않았습니다만, 마셔보니 뜻밖에도 놀랍도록 부드럽고 우아한 와인이었습니다. 전혀 모난 곳없이 혀에 감겨드는 실키(silky)한 질감과 균형잡힌 맛을 두어 시간 넘는 식사 내내 꾸준히 보여주었습니다. 근간에 마셨던 보틀 중에서도 특히 맘에 드는 한 병이었습니다.

양조 방법의 특징에서 오는 것인지 장기 숙성의 결과인지는 모르겠지만 맛은 산화된 뉘앙스가 강한 편입니다. 높은 당도와 함께 충실한 산도가 받쳐주며 토카이 고급품과 흡사한 맛을 보입니다. 귀부와인 특유의 쏘는 듯한 벌꿀향이 잘 살아있고, 질감도 좋습니다. cornu님이 특히 맘에 들어하시더군요.
요리점 직원분에게 테이스팅시켜 드렸는데 두 가지 모두 맘에 들어하셨습니다. 특히 디저트 와인이었던 TBA는 나중에 재차 보틀을 보여달라고 하시더군요. 입이 호강한 주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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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입에 침이....OTL 회사 덕분에 이번 달은 못 뵙게 되서 아쉬웠습니다.
NOT DiGITAL
세기말의 TBA는 어떤 맛일런지... (꿀꺽)
그리고보니 공포의 대왕이 내려온다던 그 해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