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가 너무 어두워서 사진촬영은 포기하고, 그냥 마신 내용만 올립니다.
[1] 폴 로제 / 서 윈스턴 처칠 브뤼 1996
Pol Roger / Sir Winton Churchill Brut 1996
이런 때 아니면 언제 빈티지 샹파뉴를 마셔보겠습니까? 처칠 수상이 입에 달고 살았다는 폴 로제의 최상급 퀴베, '서 윈스턴 처칠'입니다. 1억개의 별이 담겼다는 말처럼 무수하게 올라오는 아름다운 기포, 가벼운 과실향과 어우러진 고소한 견과류의 향. 강렬하고 자기 주장이 확실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2] 페블레 / 모레 생 드니 1급밭 '클로 데 조름' 1990
Faiveley / Morey St. Denis 1er Cru 'Clos des Ormes' 1990
이상적인 빈티지라고는 하지만 과연 19년의 세월을 견디었을까 조금 걱정스러웠던 와인. 피노 누아는 숙성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볍게 부숴주었습니다. 제법 숙성된 뉘앙스가 풍겼지만 아직도 과실 특성이 왠만큼 살아 있었습니다. 색조도 아직 루비색을 띠고 있어 피노의 숙성력에 새삼 놀랐습니다.
[3] 샤토 레오빌 라스 카스 1988
Chateau Leoville Las Cases 1988
이런 귀한 보틀을 선뜻 내놓으신 술이웃님께 감사, 또 감사...... 메독 지구의 그랑 크뤼 2등급 샤토인 레오빌 라스 카스입니다. 그것도 20년이나 된 올드 빈티지 보틀. 이것이 시음 적기라는 것일까요? 부드럽게 녹아든 타닌, 벨벳처럼 혀를 감싸는 감촉, 깊고 그윽하게 비강을 간지럽히는 향, 우아하고 멋진 밸런스. 얼마전 마신 라그랑쥐와 흡사한 면이 있는데 (생 쥘리앙 Saint Julien 마을에 자리한 샤토의 특징일런지도) 한층 더 깊이감이 있습니다. 정말 맛있었습니다.
[4] 카스텔라레 디 카스텔리나 / 이 소디 디 산 니콜로 1997
Castellare di Castellina / I Sodi di San Niccolo 1997
제가 들고 간 보틀입니다. 똑같은 빈티지의 보틀을 이것으로 4번째 마시는 것 같네요. 이탈리아다운, 찹찹-입맛을 다시게 만드는 산도가 특징. 일전에는 향신료 느낌이 강했는데, 이번에는 산미가 도드라지면서 전체적인 맛이 깊이 있게 녹아든 감이 있습니다. 몇 번을 마셔도 이 와인은 정말 마음에 듭니다. 아랫급인 키안티 클라시코에 비해 확실히 몇 수 위의 맛인데, 왜 수입사가 아랫급만 수입하고 이 와인의 수입을 중단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안 팔리니까 그랬겠지만서도.)
[5] 도멘 로제 사봉 / 샤토뇌프 뒤 파프 '르 세크르 드 사봉' 2003
Domaine Roger Sabon, Chateauneuf du Pape le Secret de Sabon 2003
2시간 정도 디캔팅하여 마신 보틀인데, 이즘 되니 술이 좀 취해서 맛을 잘 모르겠더군요. 맛이 강하고 알콜이 조금 강했던 것 같습니다.
[6] 부샤르 페르 에 피스 / 본 뒤 샤토 프르미에 크뤼 2005
Bouchard Pere et Fils / Beaune du Chateau 1er Cru 2005
부샤르는 부르고뉴의 대형 메종 중에서는 그래도 제법 괜찮은 수준이죠. 이 와인은 부샤르가 본 마을에 소유한 여러 1급밭의 와인을 모아서 블렌딩하여 출시하는 와인입니다. 그래서 1급밭 와인이지만 밭의 이름은 표시되지 않습니다. 2005년이라 조금 걱정했지만 기우였습니다. 젊은 빈티지의 부르고뉴다운 싱그러움이 잘 살아있는 와인.
[7] 캐릭 / 피노 누아 2003
Carrick / Pinot Noir 2005
뉴질랜드의 센트럴 오타고 Central Otago 지역에서 생산된 피노 누아. 진한 루비색. 피노에서는 보기 힘든 발군의 응축감. 다만 산도가 약간 떨어지고 단 맛이 살짝 튀는 감이 들었습니다.
[8] 크라허 / 츠바이겔트 아이스바인 2004
Kracher / Zweigelt Eiswein 2004
오스트리아의 크라허에서 만든 츠바이겔트 품종 아이스와인입니다. 이 품종이 원래는 레드용 품종입니다만, 이 와인은 화이트 형태로 만들어졌습니다. 체코에서는 츠바이겔트레베 Zweigeltrebe라고 하더군요. 당도/산도/질감 등 전체적으로 평균 이상의 수준급 디저트 와인입니다. 그러나 '특별한' 느낌을 줄 정도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뭔가 임팩트가 부족하더군요. 응축감과 질감이 좀 더 살아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 와이너리에서는 TBA를 만들 때는 품질수준에 따라 숫자(nummer : 눔머. 독어로 '숫자')를 붙여 출하합니다. Nummer 8 이상부터는 상당한 품질을 보이며 Nummer 12같은 것은 천상의 맛이라고 하더군요. 국내에 Nummer 6는 수입되어있는데, 돈과 기회가 된다면 상급 와인을 마셔봤으면 하는 욕심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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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간을 보내신것 같습니다.
골든위크때 한국에 가는데, 서울에 가 볼 시간이 있으련지.
최근엔 이렇다 할 특별한 와인을 마실 기회가 적어진것 같습니다.
혼자서 데일리 와인만 홀짝거리는게 일상이 된것이련지...
아쉽게도 골든위크 때는 제가 서울에 없을 것 같네요....
언제 느긋하게 뵐 날이 오길 기다려보겠습니다.
얼마 전 투핸즈 벨라스를 마셨는데 각별하더군요. 이 가격대에 이런 퀄리티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