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근엄(http://magnum.pe.kr/blog/) © 2009
Q1. 코르크 오염이란 무엇인가?
와인에서 본연의 향이 나지 않고 악취를 풍기는 것을 말한다. 영어로는 코르크 테인트(cork taint)라고 하며 불어로는 부쇼네(bouchonné)라고 한다. 이렇게 망쳐진 와인을 코르크화(corked)되었다, 혹은 코르크 오염이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Q2. 어떤 악취가 풍긴다는 것인가?
사람마다 묘사하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가장 흔히 빗대어지는 표현으로는 젖은 신문지 냄새, 곰팡내, 걸레 썩는 냄새, 일주일쯤 안 빨아 신은 양말 냄새 등이 있다.
여기에 함정이 있는데, 코르크 오염이 된 와인을 마신 경험이 없거나 적은 사람은 이것이 코르크 오염이 된 와인인지 아닌지 잘 분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약한 코르크 오염은 대부분의 소비자가 잘 모르고 지나쳐버린다. 단순히 향이 별로거나 맛이 없는 와인으로 치부하고 넘어간다는 말이다.
도무지 마실 수 없을 정도로 지독한 악취를 풍기는 와인을 만났다면 어떤 의미로 당신은 행운아다. 그 악취를 잘 기억해두기 바란다. 나중에 다시 만났을 때 바로 알아볼 수 있도록.
Q3. 오염의 원인은 무엇인가?
원인 물질에는 여러가지가 있으나, 주범으로는 2-4-6 트리클로로아니솔(2-4-6 Trichloroanisole : TCA)이라는 화학 물질이 지목되고 있다.
TCA는 극미량으로도 와인의 향을 치명적으로 훼손시킨다. 그 역치(사람이 감지할 수 있는 최소량)는 개인별로 차이가 있는데, 민감한 사람은 TCA 농도가 리터당 1~2ng(나노그램) 정도면 이를 감지하며 4~5ng이 되면 대부분의 사람이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이게 얼마나 적은 양인고 하니, 한 병(750ml)의 와인에 0.000000003g 의 TCA가 들어있으면 그 와인은 못 마실 물건이 된다는 이야기다.
물질 이름이 조금 복잡한데 차근차근 해석해보자. tri는 3개라는 뜻이고, chloco-는 염소가 포함된 물질, 즉 염화물이라는 뜻이고, 아니솔은 벤젠고리의 수소원자 1개가 메틸 라디칼(-OCH3)로 치환된 방향족 화합물이다. 즉, 아니솔에서 수소원자 3개가 추가로 염소로 치환된 화합물로, 치환된 위치가 벤젠 고리의 2,4,6번 위치라는 뜻이다. (하나 건너 하나씩 치환)
우선 페놀이 염소와 결합하여 염화페놀(chlorophenol)을 생성하고, 특정 균류(곰팡이)나 박테리아가 이 염화페놀의 -OH 라디칼을 -OCH3의 메틸 라디칼로 치환하면서 클로로아니솔을 형성하게 된다. 클로로아니솔계 화합물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이미 언급한 2-4-6 트리클로로아니솔 외에도 2-3-4-6 테트라클로로아니솔(2-3-4-6 tetrachloroanisole :TeCA), 펜타클로로아니솔(pentachloroanisole : PCA)이 있다. 이들도 TCA와 유사한 화학구조로 와인의 향을 해친다.
이런 물질이 와인으로 유입되는 경로는 다양하다.
- 자연적 오염: 자연상태에서 코르크 나무 껍질(이것을 벗겨 가공하면 마개가 됨) 내부에 TCA가 생기는 수가 있다. 이런 코르크에 의해 오염되는 와인은 산발적으로 발생한다. 제비뽑기나 다름없고, 가장 막기 어려운 형태의 오염이다.
- 마개 제조공정: 나무 껍질을 벗겨 소독하는 과정에서 염소계 물질을 사용하는 경우 TCA가 생길 수 있다. 이런 종류의 오염은 특정 코르크 업체로부터 납품받은 양조장의 와인이 한꺼번에 오염을 일으키는 경향이 있다. 한 예로서 '스페인의 로마네콩티'라고도 불리는 유명 와인인 우니코(Unico)를 만드는 베가 시칠리아(Bodegas Vega Sicilia)社는 1999년에 Valbuena 5.0 Reserva 1994년산이 TCA에 오염되어 이를 리콜했다. 조사 결과 여기에 납품하던 두 업체의 코르크가 TCA에 오염되어 있었던 것으로 판명되었다.
- 건축자재/나무상자: 목재를 벌레의 피해로부터 막고 썩지 말라고 방부처리를 할 때 사용하는 방충제, 방부제에 염화페놀(chlorophenol)계통의 물질을 사용한 경우다. 나중에 염화페놀이 공기중으로 방출되면 균류에 의해 이것이 클로로아니솔(chloroanisole)로 전환되어 오염을 일으킨다. 이런 종류의 오염 역시 여러 병의 와인이 집단으로 오염된다. 프랑스 생테밀리옹 지구의 샤토 카농(Château Canon), 미국 캘리포니아의 볼리유 빈야즈(Beaulieu Vineyards)등이 건축용 목재에 포함되어있던 방부제가 원인이 되어 TCA 오염의 피해를 본 바가 있다.
- 세제/소독제: 마찬가지로 염소계통 세제를 사용해서 시설물을 청소하는 경우에도 TCA 오염의 원인을 제공하게 된다. 미국 소노마 밸리(Sonoma Valley)의 한젤 빈야즈(Hanzell Vineyards), 갤로(Gallo) 등이 이것이 원인인 TCA 오염에 피해를 입은 바 있다.
- 고무 호스: 양조통 청소에 사용하는 물이 고무 호스를 통과하면서 오염되는 경우도 있다. 폴리염화비닐(PVC)로 제조된 호스는 재질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가소제를 사용하는데, 페놀계통 가소제를 쓴 호스를 염소 소독한 수돗물이 통과하면 염소와 페놀이 결합하여 염화페놀을 형성한다. 이렇게 오염된 물로 양조통을 청소하면 양조통이 염화페놀에 오염되고, 이것이 나중에 TCA가 생성되는 원인이 된다.
- 벤토나이트: 벤토나이트는 다공성 물질로서 흡착성이 커서 미세한 부유물을 빨아들이기 때문에 와인의 청징(fining) 공정에서 사용된다. (간장을 담글 때 숯을 띄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벤토나이트가 공기중의 염소계통 물질을 흡착했다가 와인에 전달하여 TCA에 오염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포장되어있는 벤토나이트를 일단 개봉하고 나면 바로 사용해야지 장기간 방치해서는 안된다.
Q4. 코르크 오염율은 얼마나 되나?
연구마다 다르게 이야기하고 있어 딱 잘라 말하긴 어렵다. 1~2%라는 사람도 있고, 3~5%라는 사람도 있고...... 2005년도에 와인스펙테이터誌는 2800병의 와인을 개봉하여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시행했는데, 7%의 와인이 오염되어 있었다고 한다. 최근 생산되는 일급 양조장의 와인의 경우는 오염율이 zero에 가깝다고 하는데 이것도 그렇다는 주장일 뿐 그 내용이 정확히 통계로 잡혀 있지는 않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코르크 오염율은 다른 산업계에서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의 높은 불량율을 보인다는 것이다. 현대 산업사회에서 공산품의 불량율은 ppm단위로 관리되며, 만일 %단위의 불량율을 보이는 회사가 있다면 문을 닫아야 한다. 비록 와인이 공산품이 아닌 농산품이라고는 하지만, 업계가 이런 높은 불량율을 감수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문제다.
Q5. 코르크 오염을 막을 수는 없나?
코르크 마개를 사용하는 와인을 마시는 한 코르크 오염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코르크 오염의 메커니즘이 밝혀진 이후로, 코르크 생산자와 양조장들은 염소계통 소독제의 사용을 중단하고 과산화계(peroxide) 소독제로 바꾸었다. 고무 호스도 PVC 재질에서 실리콘 재질로 바꾸고 보관 시설 건축시에도 자재 선정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며 일류 양조장들은 코르크를 납품받을 때 엄격한 생산관리 및 품질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TCA는 자연적으로도 코르크 나무에 생긴다. 이런 TCA를 제거하기 위해 고압 증기나 이산화탄소를 주입하여 코르크를 '세탁'하거나, 전자레인지같은 마이크로파를 이용하여 코르크를 처리하는 등 여러 기술을 개발했다. 이런 여러가지 노력 덕분에 과거에 비해서 코르크 오염의 비율은 줄어든 것이 사실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아직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다.
기술적인 이유도 있지만 다른 중요한 이유로는 돈이 문제가 된다. 질 좋은 코르크 마개의 가격은 250원 정도라고 한다. 한 병에 10만원짜리 와인의 제조원가가 1만5천원 정도라고 하니 원가의 1.7% 정도나 차지하는 셈이다. 그럼 한 병에 1만원짜리 와인의 제조 원가는 얼마일지 상상해 보시라. 여기에 250원짜리 코르크를 쓸 수 있을 것 같은가? (제조업 계통의 종사자라면 1%의 원가를 줄이기 위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이 들어가는지 알 것이다.) 이런 이유로 여전히 적당히 생산된 싸구려 코르크가 많은 양의 와인에 마개로 쓰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Q6. 코르크를 안 쓰면 될 것 아닌가?
옳으신 말씀. 인조 코르크를 쓴 와인이나 스크류캡(screw cap: 소주처럼 돌려따는 마개)를 사용한 와인은 이런 점에서 코르크 마개보다 우월하다. 또한 병을 눕혀 보관할 필요도 없고, 보관 장소의 습도를 조절할 필요도 없다는 점도 코르크 마개에 비해 편리한 점이다. 대신 스크류캡은 지나치게 완벽한 밀봉성으로 인해 환원취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와인을 땄는데 종종 역한 냄새가 올라오곤 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뒤에 다시 언급하겠다.
Q7. TCA는 몸에 해로운가?
건강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안심하시라. TCA생성의 원인을 제공하는 염화페놀은 독성을 지니고 있지만, 이것이 메틸화되어 클로로아니솔이 되면 독성은 사라진다. 단지 냄새가 고약할 뿐이다.
Q8. 코르크 오염은 보관상의 문제인가?
흔히 보관을 잘못해서 코르크 오염이 일어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반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아무리 온도/습도 조절과 차광을 완벽하게 관리했다고 하더라도 코르크 오염은 일어날 수 있다. 보관 시설의 온도와 습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와인의 열화와 코르크 오염은 전혀 다른 것이다.
Q9. 와인 열화와 코르크 오염이 어떻게 다르다는 것인가?
온도/습도/차광의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열화되는 경우, 숙성이 가속된 탓에 맛에 힘이 없어지고 향이 사그러들며 맛은 맥빠진 와인이 되어버린다. 반면 코르크 오염에 의해 가장 먼저 감지되는 문제점은 '악취'다. 이 악취는 와인 본연의 과실향, 꽃향, 숙성향 등을 모두 뭉게버린다.
Q10. '일반적으로는 보관 문제가 아니다'라고 이야기는, 특수한 경우는 보관이 문제라는 것인가?
그렇다. 하지만 흔히 생각하듯 온도/습도/직사광선의 문제가 아니라 전혀 다른 문제다. 앞서 오염 경로에서 언급했던 건축 자재, 나무 박스에 포함된 방충제/방부제, 그리고 시설물 청소에 쓰는 소독제가 문제가 될 수 있다.
Q11. 병을 개봉하지 않고 코르크 오염인지 아닌지 알 수는 없나?
애석하게도 그런 방법은 없다. 따 봐야 알 수 있다.
Q12. 와인을 구입했는데 캡실(cap seal)을 벗겨보니 코르크 윗 부분에 곰팡이가 가득하다. 이거 코르크 오염 아닌가?
아니다. 코르크 윗 부분의 곰팡이는 코르크 오염과 무관하다. 와인은 장기간 보관할 경우 코르크 건조를 막기 위해 60~70%의 습도 조건에서 보관하는 것이 권장된다. 코르크 마개 윗 부분에 곰팡이가 끼었다는 것은 오히려 충분히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 잘 보관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와인은 개봉 전에 물티슈 등으로 잘 닦아서 개봉해 마시면 아무 문제가 없다.
Q13. 불쾌한 향이 나는 와인은 모두 코르크 오염으로 간주해도 좋은가?
아니다. 와인 보존제(산화방지제)로 투입되는 이산화황에서 오는 환원취(還元臭) 등도 와인에서 악취를 나게 한다. 이것은 코르크 오염과는 다른 종류의 악취다.
Q14. 환원취와 코르크 오염을 어떻게 구분하나?
환원취는 황(sulphur) 특유의 냄새가 난다. 흔히 계란이나 생선이 썩는 냄새, 고무 탄 내, 타고남은 성냥개비 냄새 등으로 묘사되는 냄새다. TCA로 인한 코르크 오염의 경우는 곰팡내, 젖은 신문지, 썩은 걸레 냄새등으로 묘사되는 냄새가 난다.
양쪽의 향에 익숙하지 않은 이를 구분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 다른 구분 방법은 와인을 방치해 보는 것이다. 환원취는 산소와 접촉하면 사라지게 되므로 시간이 얼마간 흐르면 사라지지만 코르크 오염에 의한 악취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생산자가 아황산을 과도하게 사용한 경우는 시간이 지나도 좀 처럼 냄새가 가지지 않을 수 있다.) 산소접촉을 늘리기 위해 잔을 돌려 액체를 잔의 안쪽 벽면에 싹싹 바르거나(swirling), 디캔팅(decanting)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환원취는 코르크 마개를 사용한 와인에서도 발견되지만, 특히 스크류캡에서 더 자주 발견된다.
Q15. 스크류캡에서 환원취가 더 자주 발견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황(sulphur) 성분이 티올(thiol)이라 불리는 화합물을 형성하게 되면 와인에서 역한 냄새가 나게 되는데, 코르크 마개를 한 와인에서는 미량의 산소 침투를 허용하기 때문에 티올이 분해되어 냄새가 사라진다고 한다. 그러나 스크류캡 와인은 완전 밀봉되기 때문에 그렇게 되지 않는다. 황성분은 자연적으로도 와인에 존재하지만 와인 병입시에 산화방지제로 투입되는 이산화황이 이런 문제를 더욱 증폭시킨다.
Q16. 와인을 개봉했는데 코르크 오염인 것 같다. 어떻게 하나?
가능한 즉시 와인을 구입처에 들고가서 교환, 혹은 환불을 요구한다. 레스토랑이나 와인 바라면 현장에서 곧바로 새 와인으로 교환받을 수 있다. 백화점이라도 마개를 잘 막아 수 일 내로 들고가면 교환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최고급 와인에서 코르크 오염이 발견되었을 경우다.
최고급 와인들은 구입 후 곧바로 소비되지 않고 소비자의 개인 셀러 등에서 기념일용으로 보관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것도 짧게는 수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 이상이나. 10년간 고이 보관해오던 와인을 개봉했는데 코르크 오염이 되어있었을 경우, 이것을 교환받을 수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언제 어디에서 구입했는지 제대로 기억할리가 없고, 구입 영수증도 남아있을리 없으니 말이다.
애호가들 중 와인 보관시에 구입 영수증을 함께 보관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필자도 와인 목록 관리는 상당히 철저하게 하는 편이어서 생산자, 와인명, 빈티지, 생산국가/지역, 구입가격, 수입사명, 구입처, 구입 일자등의 제반 정보는 물론 셀러의 수납위치까지 정확히 기록하여 관리하지만 영수증을 보관하지는 않는다.)
참고로 요즘 백화점/마트의 영수증은 대부분 감열지(感熱紙)를 사용한다. 감열지는 종이 표면에 열에 의해 검게 변하는 특수물질이 발라져있고, 여기에 열을 가하여 글자를 찍는 것으로, 저가형 FAX 등에 사용한다. 감열지에 인쇄된 내용은 시간이 오래 흐르면 점차로 흐려져서 나중에는 아예 백지로 변해 버리는 문제가 있다. 감열지 영수증은 사본을 복사해두는 것이 좋다. 주의! 사본은 보존성이 높은 것(토너를 사용하는 복사기등)이어야 한다. FAX용 감열지를 쓰는 저가형 간이 복사기로 복사했다면 시간이 지나며 백지가 되기는 마찬가지다.
Q17. 오래 보관한 와인도 영수증만 있으면 교환할 수 있나?
그랬으면 좋겠지만 어렵긴 마찬가지다. 이유가 몇 가지 있다.
- 그 와인을 판매한 소매상, 혹은 수입사가 10년뒤에 존재하고 있을 것인가? 판매한 사람이 사라지고 없다면 당연히 와인을 교환받을 수 없다.
- 판매자가 10년 뒤에도 건재하다고 치자. 하지만 (빈티지까지) 동일한 와인의 재고를 갖고 있을 것인가? 고급의 희귀한 와인일수록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와인을 갖고 있지 않다면 당연히 교환도 못해줄 것이다.
- 10년 사이의 시세 차이를 판매자가 감수해줄 것인가? 오래된 고급 와인은 (반드시 그렇진 않지만) 가격이 오른다. 10년전에 10만원이 찍혀있던 영수증을 들이밀었을 때, 지금 30만원이 되어버린 와인을 내주겠냐는 것이다. 교환대신 환불을 해줄 경우 10만원을 돌려준다면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을까?
필자도 아직까지 구체적인 사례를 접한 것은 없기 때문에, 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난 와인을 코르크 오염이 되었다는 이유로 판매자가 책임을 져주는지 아닌지 모르겠다. 만일 판매자가 교환이나 환불을 거부했을 경우 소비자가 어떤 형태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소비자 보호원 등을 통해 고발해야겠지만, 오래 보관된 와인에 대해, 그리고 이미 개봉해버린 와인에 대해 제품 자체의 결함을 입증하여 보상받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설령 보상받는다고 하더라도 그 보상의 범위가 세월에 따른 시세 차이를 포함한다고 장담할 수도 없는 일이다.
Q18. 영수증이 있어도/없어도 교환이 어렵다면 어쩌란 말인가?
세상은 복불복(福不福). 운명으로 받아들여라. (-_-) 그 와인이 값비싼 와인이었다면 좀 속이 쓰리긴 하겠지만, 와인을 즐기다 보면 언젠가는 당하는 일이다.
Q19. 코르크 오염이 된 와인은 버려야 하나?
다행스럽게도 오염된 와인에서 TCA를 제거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와인에 주방용 랩을 집어넣으면 TCA가 폴리에틸렌(PE)수지에 흡착된다는 것이다.
TCA의 농도, 와인의 알콜도수, 온도 등에 따라 필요한 랩의 면적이 달라지지만, 캘리포니아 대학 양조화학 교수인 앤드류 워터하우스에 의해 검증된 방법이라고 하니 TCA에 오염된 와인을 만났을 때 한 번쯤 시도해 볼 가치는 있을 것 같다. 와인을 디캔터에 옮겨붓고 30~40cm 정도 주방용 랩을 끊어서 집어넣고 몇 분 정도 기다려보는 것이다.
주의점은 주방용 랩의 재질에도 폴리에틸렌(PE)과 폴리염화비닐(PVC)의 두 가지가 있다는 점이다.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고기 등을 포장할 때 사용하는 랩은 '짝짝 달라붙는' 성질이 강한 제품으로서, 폴리염화비닐(PVC) 재질이 흔하다. 반면 가정용으로 판매되는 제품 유X랩, 크X랩 등의 제품은 달라붙는 성질이 좀 덜한데, 이것이 폴리에틸렌(PE) 재질이다. 제품 포장을 잘 살펴보면 사용한 재질명이 PE인지 PVC인지 표기되어있으므로 PE재질임을 확인하고 구입하기 바란다. 보통 저밀도폴리에틸렌(LDPE)으로 표기되어 있을 것이다.
글: 마근엄(http://magnum.pe.kr/blog/) © 2009
참고자료:
http://en.wikipedia.org/wiki/Cork_taint
심규식.「코르크 오염 주범 TCA」. 와인21.com
Nick Stephens, The Problem With Screwcaps. bordeaux-undiscovered.
듀이 마크햄 주니어, 「살아 있는 와인, 살아 있는 코르크」. 쿠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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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면 거의 양조학 강의 수준 이네요.^^; 다니던 학교에 기초 양조학 강의가 있어서 들어보려 했는데
학점에 비해 lab이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어서 포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
혹여 오염된 와인을 열게되면 PVC를 이용한 제거법을 한번 써먹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근데 일주일쯤 안 빨아 신은 양말 냄새로 표현하는 사람은 대체 어떻게 그걸 알고 있는걸까요...-- (딴소리)
주의! PVC가 아니라 PE입니다.
저를 포함한 현대의 젊은이(...)들은 제 부모세대와는 달리 물질적으로 비교적 풍족하게 자라난 탓에 변질된 음식의 맛이나 향을 잘 모릅니다. 어머님같은 경우 먹을 것 조차 귀하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상한 음식도 아깝다고 먹어야 했고 그러다가 탈나기도 했기에 음식이 약간만 쉬거나 상했어도 금방 감지를 해내시더군요.
맛이나 향에 대한 감각적인 민감도는 타고 나는 것도 있겠으나, 그것에 대한 관념적 인식은 축적된 경험속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좋고 나쁘고를 떠나 여러가지를 접해봐야 인식의 폭이 깊어집니다. 요리나 와인으로 치자면 어린 와인과 숙성된 와인을 모두 마셔봐야 그 차이를 알 수 있고, 허접 와인과 위대한 와인을 모두 마셔봐야 그 차이를 알 수 있는 것이고, 대중 식당과 최고급 레스토랑을 모두 먹어봐야 그 차이를 알 수 있는 것이죠.
이런 인식의 폭이 바탕이 되어있지 않다면, 제 아무리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스위트 와인, 최상급 형용사를 모조리 동원해도 그 맛과 향을 표현하기에 모자란다는 샤토 XX를 먹더라도 '무슨 술이 이렇게 달착지근하냐. 이런 것은 술도 아냐'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겠죠. (실화입니다. 취향의 차이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너무 큰 인식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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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하고 싶었던 말은, 그 사람은 아마도 어린 시절 물이 귀한 동네에서 자라서 빨래를 1주에 1번 밖에 못했던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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