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술판

[와인/시음기]
사진만 먼저 올렸었는데. 글을 보완하여 다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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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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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카나페입니다. 아내가 솜씨 좀 발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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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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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닷사이

쥰마이 다이긴죠(純米大吟)급의 탁주(니고리자케) 발포주입니다. aris님께서 일본에서 공수해오셨습니다. 에반겔리온 극장판 [파]에서 잠시 등장한다는 덕용(?)아이템. 탁주계통은 썩 좋아하진 않지만, 알싸한 느낌이 드는 것이 맛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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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클로스터 에버바흐 / 슈타인베르거 리슬링 카비넷 2007년
Hessische Staats Weingüter Kloster Eberbach / Steinberger Riesling Kabinett 2007

클로스터 에버바흐는 에버바흐 수도원이라는 뜻으로, 1170년 시토(Cîteaux)파 수도원이 설립한 유서깊은 양조장입니다. 시토파는 금욕적인 수도생활과 육체노동을 강조하여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에서 클로 드 부죠(Clos de Vougeot)를 개간했으며, 비슷한 시기에 독일에서는 슈타인베르거가 개간되었습니다. 그래서 슈타인베르거를 독일의 클로 드 부죠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현재는 독일 헷센(Hessen) 주정부의 소유로 되어있어 헷시셰 슈타앗츠 바인굿(Hessische Staats Weingut = 영어로 Hessen States Winery)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간단히 슈타앗츠 바인굿이라고하면 클로스터 에버바흐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이 와인은 30대 오덕들에게는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일 겁니다. 신타니 카오루(新谷かおる)의 대표작, AREA88에서 후버 키벤베르크가 고국을 그리며 즐겨 마시던 와인이 바로 슈타인베르거입니다. 그가 전사한 뒤 캘러힐 밴딧츠가, 그리고 카자마 신이 제대하여 파리의 레스토랑에서 전우를 추억하여 식후주로 슈타인베르거를 주문하죠.

AREA88이 해적판으로 들어왔을 당시 이 와인에 대한 자료를 인터넷에서 열심히 뒤져봤지만 국내는 물론 외국 자료에서도 자료를 찾을 수 없어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위키피디아등에 들어가면 에버바흐 수도원의 역사와 그 와인에 대해 상세한 자료가 나옵니다. 세상 좋아졌어요......

카비넷(Kabinett)이지만 잔류 당분이 좀 있어서 살짝 달콤합니다. 부드럽고 군맛이 없이 깔끔, 세련된 맛입니다. 독일 와인의 전형이라 해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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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퀸타 두 발레 메웅 2005년
F. Olazabal & Filhos / Quinta do Vale Meão 2005

포르투갈 최대의 와인 그룹인 소그라페(Sogrape)산하에는 페레이라(Ferreira)라는 양조장이 있습니다. 페레이라는 1950년대에 보르도 그랑 크뤼에 뒤지지 않는 최고의 와인을 양조하겠다는 일념으로 바르카 벨라(Barca Velha)라는 고급 와인을 만듭니다. 바르카 벨라는 좋은 빈티지에만 생산하여 10년에 3번 정도밖에 만들지 않죠.

퀸타 두 발레 메웅은 이 바르카 벨라용 포도를 생산하던 포도원의 포도로 만들어진 와인입니다. 페레이라의 창립자 A.A.페레이라 여사(Dona Antonia Adelaide Ferreira)의 손자 F.올라자발(Francisco Javier de Olazabal)은 1998년에 페레이라 회장직을 사임하면서 할머니가 갖고 있었던 270헥타아르의 포도원중 65헥타아르를 떼어가지고 나와 자신의 와인을 생산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이 와인입니다.

품종은 포트 와인 양조에 사용하는 토우리가 나시오날(Touriga Nacional) 60% + 토우리가 프랑카(Touriga Franca) 20% + 틴타 호리즈(Tinta Roriz = Tempranillo) 15% + 틴타 바로카(Tinta Barroca) 5%의 포르투갈 토착종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검붉은 짙은 색조와 농후한 맛과 향이 두드러집니다. 지금도 맛있게 즐길 수 있으나, 아직은 타닌이 다소 거친면이 있습니다. 잘 짜여진 풀보디 와인으로 10~20년 정도 어렵지 않게 숙성할 수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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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베가 시칠리아 / 우니코 1986년
Vega Sicilia / Unico 1986

스페인을 대표하는 최고의 와인. 우니코입니다. 최소 10년의 배럴 숙성과 3년 정도의 병입후 숙성과정을 거쳐 출시됩니다. 오늘의 시음을 위해 1달 전에 공수하여 셀러에서 안정시켰습니다.

병입된지는 10여년 정도 밖에 안되었기 때문에 일반 소믈리에 나이프로 개봉을 시도했었는데 이것이 패착.코르크가 의외로 약해져있었고 2/3 지점에서 부러져버렸습니다. 나머지 1/3을 양날 풀러 (소위 Bulter's Friend) 타입으로 올려보려했지만 이미 늦어서 별 수 없이 코르크를 밀어넣고 디캔팅했습니다. 다행히 디캔팅은 깔끔하게 되었습니다. 올드 빈티지라 폭이 좁은 디캔터를 사용했습니다.

첫 인상은 '시다'는 느낌과 함께 와인이 이미 상당한 파워를 소진한 뒤라는 것이었습니다. 색조는 림(rim)에서 벽돌색을 띠고 있고, 맛은 신 맛이 강하며 보디는 물탄듯 묽었습니다. 보관에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요...... 숙성된 와인에서 느낄 수 있는 부엽토 냄새와 같은 부케가 다소 있었지만 향도 빈약합니다. 두어 시간 뒤에는 향이 조금 더 복잡하게 변화했지만 어쨌거나 제 컨디션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운송/안정화 과정에서 산소침투로 산화된 것이 아니었나 하고 의심됩니다. 최근 빈티지의 와인은 코르크의 탄력이 충분하여 급격한 온도변화에도 잘 견디는 편이지만, 올드 빈티지의 약해진 코르크는 급격한 온도 변화에 의해 내용물 부피가 변하면서 외부 산소가 침투하는 일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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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샤토 드와지-다앤 2004년
Château Doisy-Daëne 2004

소테르느(Sauternes) 지구의 그랑 크뤼 2등급 샤토입니다. 아펠라씨옹(원산시표시)는 바르삭(Barsac) 지구로 되어있습니다. 2등급 중에서 평판이 좋은 샤토이며 귀부와인다운 맛과 향이 잘 살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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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샤토 오 발렝탕 2001년 (우측)
M. Meric & Fils / Château Haut Valentin 2001

제 블로그에서 여러차례 시음기를 올린 적 있는 와인입니다. 이것으로 딱 10병째 마시는군요. 카디악(Cadillac)지구는 소테르느 바로 강 건너편에 위치한 곳입니다. 이웃한 생트-크르와-뒤-몽(Sainte-Croix-du-Mont) 지구, 루피악(Loupiac) 지구 등과 함께 귀부 와인이 생산되는 곳입니다만, 소테르느의 네임밸류에 밀려 별로 알려지진 않은 마이너 생산지구입니다.

자극적인 시트러스향이 좋습니다. 색조는 완연하게 익었지만 아직 숙성여력이 충분해 보입니다. 같은 오너가 생트-크르와-뒤-몽 지구에 소유한 샤토 벨에르(Ch. Bel-Air: 동명의 샤토가 여럿 있으므로 혼동주의) 1975년산을 리스님이 일본에서 드셨었는데, 아직 생생했다고 하니 이 와인의 10년,20년 뒤는 어떨지 궁금하군요.

[6] 샤토 디켐 1986년 (좌측)
Château d'Yquem 1986

자타가 공인하는 스위트 와인의 최고봉. '맛과 향을 묘사하기 위해 최상급 형용사를 총동원해도 모자란다'는 그 놈입니다......만, 결과부터 쓰자면 실패였습니다.

개봉 후 (이번에는 양날 풀러를 사용) 우선 소량 테이스팅. 와인이 꿈쩍도 안합니다. 엄청난 향으로 유명한 디켐에서 아무런 향도 나지 않습니다. 맛은 잔미에서 긴 여운과 파워가 있으나 너무 어리고 거칩니다. 디캔팅하기로 결정. 이번에는 바닥이 더 넓은 디캔터를 썼습니다. 주석은 바닥에 옹기종기 잘 모여있었기 때문에 남는 양 거의 없이 깨끗하게 걸러냈습니다.

20년이 넘은 와인이건만 생산 직후같은 느낌입니다. 2004년산 드와지 다앤보다도 어리게 느껴질 정도니까요. (색조에서도 다소 숙성이 된 인상은 있으나 아직은 어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2003년도의 시음에서 이켐 1986년산에 대해 '16년이 지나서야 2차 뉘앙스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 와인이 얼마나 숙성이 느린지 보여주는 증거다. 아직 너무 어리며 이제 막 청년기에 접어들었다'며 2050년까지 숙성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났건만 제가 보기에는 청년기는 고사하고 아직 유아기의 와인입니다.

다시 한 번 어느 책에 써져 있던 명문구가 떠오르더군요. '하지만 위대한 와인은 비싸고, 귀하고, 변덕스럽다. 일진이 안 좋은 날 구입하면 크게 실망하게 되어있다.' 이번 테이스팅에서는 일전에 1998년산 디켐을 테이스팅했을 때 받았던 충격적일 정도의 완벽한 질감과 밸런스는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더구나 생산연도도 더 좋은해의, 더 오래 숙성된 와인인데도 말이죠...... 최근 빈티지의 소테르느를 집어넣은 가짜 와인은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도 조금은 듭니다만, 제 경험수준으로 그것까지 파악하기는 어렵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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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디켐을 디캔팅하는 장면. 다소의 주석이 있지만, 병 바닥부분에 옹기종기 잘 모여있었기 때문에 남는 양이 거의 없이 깨끗하게 디캔팅해냈습니다. 화이트 와인에 생기는 침전물은 레드 와인의 침전물에 미해 입자가 크고 굵어서 디캔팅이 쉬운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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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 과일과 마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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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음식, 그리고 차. 차 애호가인 아내가 평소 즐겨마시는 보이차, 우롱차 등을 내왔습니다. 아주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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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들

이번 모임은 준비과 마무리가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전날부터 대량의 재료를 구입하여 일일이 손이가는 요리를 해준 아내가 많이 고생했고, 정말 고마울 따름입니다. 10시 경에 모임을 끝냈는데, 뒷정리만 3시간 넘게 하여 1시 반에야 잠들 수 있었습니다. (잔 18개를 씻어서 말리는 것도 상당히 손이 많이 가더군요.)

고생한 것과 멤버들이 각출한 비용에 비하면, 와인 자체는 솔직히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고나 할까...... 메인이었던 우니코와 디캠보다, 젊은 빈티지와의 비교 테이스팅을 위해 조연으로 등장한 퀸타 두 발레 메웅과 샤토 오 발렝탕이 더 만족스럽고 돋보였습니다. 확실히 비싸다고 맛있으란 법은 없는 거겠죠.

다음 모임은 보다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자리로 만들고 싶습니다.

2009/10/05 22:30 2009/10/0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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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최근 마신 와인 - 에곤 뮐러 리슬링 카비넷, M.Meric 샤또 벨에르

    Tracked from The Aris Company [2009/10/06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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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에서 손님이 오셔서 와인을 들고 나갔더랩니다. 독일과 관련 있는지라 뭘 꺼낼까 고심하던 차에 꺼낸 에곤 뮐러. Egon Muller RIESLING "Scharzhofberger Kabinett 2004" 독일의 와인 명가 에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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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KILL [2009/09/29 00: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시간 됐습니다.
    다음에 한번더 이런 자리를 가졌으면 좋겠네요. ^^

  2. NOT DiGITAL [2009/09/29 10: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즐거운 시간이었고, 준비하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일요일 저녁 늦게 끝난지라 제대로 쉬지도 못하셨겠네요.;;

    NOT DiGITAL

  3. Ris [2009/09/29 19: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고생 많이 하셨고 좋은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즐거운 자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4. SoBa [2009/10/04 17: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간이 진짜 금방 가더군요. 정말 즐거웠습니다.
    근엄님 주최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5. Ris [2009/10/06 13: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벨에어의 포스팅이 있어 트랙백 남깁니다.

  6. kori2sal [2009/10/15 16: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라쿠텐의 모 와인샵에서 오늘 하루만 깜짝세일로
    샤토 오브룐 1997년 빈티지를 4980엔에 파는데, 저는 한 병 살 생가인데 혹시 생각 없으신지? 뭐 세컨이긴 해도 그래도 5대 샤토인데--
    http://item.rakuten.co.jp/wineuki/0101071000095

    송금 수수료, 우송료 합치면 6000엔 정도이긴 한데...2명이 같이 사면 우송료와 송금수수료 반띵이니...
    생각 있으시면 밤 10시까지 메일 주세요.

    kori2saljp@gmail.com 입니다.

    • 마근엄 [2009/10/16 22:33]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브리옹의 세컨드인 르 바앙 드 오브리옹이군요. 6천엔이면 대강 10만원.... 국내에서 세일 때 사면 15~16만원 정도이니까 조금 더 싸긴 합니다만 빈티지가 맘에 걸리네요. 1997년은 보르도에 있어서는 꽤 힘겨웠던 빈티지라...... 그 나름대로의 맛은 있겠지만 원래의 오브리옹 세컨드 다운맛은 아닐 것 같습니다.

      저는 그냥 패스합니다. 신경써주셔서 감사드리고, 혹 라쿠텐에 좋은 물건 뜨면 또 정보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