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의 당도에 관한 글
글: 마근엄(http://magnum.pe.kr/blog/) ⓒ 2009
작성일: 2009.06.16
수정일: 2009.10.24
당도 지표가 g/L, 왹슬레도, 브릭스도, 보메도 등 여러가지가 있다보니 너무 헛갈려서 말이죠, 좀 제대로 알아보려고 했는데 이걸 제대로 설명해놓은 책이 국내 서적 중에서는 거의 전무하더군요. 그래서 직접 외국 서적과 자료를 뒤져서 조사/정리해보았습니다.
이 글을 처음 쓴 것이 2009년 6월 16일인데, 그 달 말에 서점에 깔린 와이니즈(Winies) 7월호를 보니 같은 테마로 김준철 선생님이 칼럼을 기고했더군요. 제 것과 비교해보니 제 글에 다소 잘못된 부분이 있어 (이런 것이 프로와 아마의 차이겠죠) 다시 수정/가필했습니다.
참고로 저는 양조학 같은 것은 배운 적이 없는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입니다. 일반인 수준에서 이것을 이해하고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내용에 틀린 부분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 부분을 전문가께서 발견하시게 되거든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필자가 두괄식보다는 미괄식을 선호하기 때문에 요점은 가장 마지막에 나옵니다. 좀 어렵거나 지겹더라도 참고 끝까지 읽어주세요.
왜 당분을 따지는가?
와인의 알콜 도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알콜은 물을 제외하면 와인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성분이며, 그 함량이 와인의 스타일을 크게 좌우한다. 또한 알콜은 양조과정에서 과실로부터 향을 비롯하여 여러 성분을 추출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향수의 원료에서 향을 추출할 때 쓰이는 약품이 알콜임을 생각해보자.) 국산 소주에서 도수 1도를 낮췄다고 술이 부드러워졌네 어쩌네 광고를 하는 것을 본다면 알콜 음료인 술에서 그 함량을 따지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발효란 효모(yeast)가 당분을 먹어치워 생명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고, 그 부산물로 에탄올과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여기서 발효란 알콜발효만을 말하며, 당분은 정확히는 단당류를 지칭한다.) 따라서 과즙이 와인으로 만들어지면 당분이 줄어들고 알콜이 증가하게 된다. 약 17.5g/L의 당분이 완전히 발효되면 알콜농도가 1% 증가한다고 한다.
원료인 포도 과즙의 당도를 알면 결과적으로 만들어지는 와인의 알콜 도수를 예측할 수 있게 되므로 와인 양조에 있어서 당도를 따지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다. 당도 계량에 사용되는 단위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기준이 조금씩 달라 헛갈리기 쉬워 이를 정리해 보았다.
1. 비중(specific gravity : SG)
밀도라고 하기도 하며 단위 부피당 중량을 말한다. 바꿔 말하면 같은 부피의 물에 비해 무거운 정도의 뜻한다. 약 섭씨 4도에서 순수한 물의 비중은 1이며, 1리터 = 1000g(그램)의 중량이 된다. 과즙은 물 외에 당분과 각종 유기산 성분 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보다 더 무거워지게 되므로 비중이 1보다 커진다. 예를 들어 과즙 1리터의 중량이 1087g 이었다면 SG=1.087 이 된다.
과즙의 당도 측정에는 굴절식 당도계(refractometer)가 많이 사용된다. 빛의 속도는 투과하는 매질(medium)의 굴절율에 따라 다르게 된다. 굴절율이 높은 매질속에서 빛의 속도는 느려지며, 그 결과 매질 경계면에서 빛의 경로는 (수직입사가 아니라면) 꺽어지게 된다. 물컵속의 젓가락이 꺽어져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진출처 : http://pgsgrow.com/blog/wp-content/uploads/2009/07/800px-refractometer- 300x225.jpg
과즙의 당분의 함량이 높아질수록 비중이 커지게 되는데, 비중이 큰 수용액일수록 광학적 굴절율 (optical refraction ratio)이 커진다. 굴절식 당도계는 입사된 빛의 경로를 과즙이 얼마나 많이 꺾이게 만드는지를 가지고 당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위 사진의 당도계에서 덮개를 열고 안쪽 흰 타원 부분에 과즙을 떨어뜨린 뒤 접안부에 눈을 대고 빛을 바라보면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경계점 눈금을 읽어 당도를 측정한다.
그림출처 : http://www.mingxin-instrument.com/images/pic-r/DSCO4095--5-3.GIF
2. 왹슬레도 (Oechsle scale : Oe)
왹슬레도(Oechsle scale)는 주로 독일 지역에서 과일의 성숙도를 측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단위다. 이 측정법을 주창한 페르디난트 왹슬레(Ferdinand Oechsle)의 이름으로부터 명명(命名)되었으며 기호로는 °Oe 로 표시한다. 1도 왹슬레(1°Oe) 는 섭씨 20도의 온도에서 과즙 1리터의 중량이 1킬로그램(kg)을 몇 그램(g)이나 초과하는가를 나타낸다.
왹슬레도를 이해함에 있어서 주의할 점은, 왹슬레는 엄밀한 의미에서는 당도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왹슬레도가 높다면 당도도 높겠지만 왹슬레도는 당분은 물론이고 과즙 전체의 모든 성분을 포함한 무게를 따지기 때문에 그 자체가 당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당도라기 보다는 수확한 포도의 완숙도를 나타내는 지표라고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3. 브릭스도(Brix Degree : Bx)
독일의 과학자 Adolf F. Brix 에서 이름을 따온 단위이다. 브릭스는 수용액 100그램(g) 속에 녹아있는 고형물이 몇 그램(g)인가를 나타내며 기호로는 °Bx로 표시한다. 즉 순수한 물이라면 0°Bx가 될 것이고, 순수한 설탕 덩어리라면 100°Bx가 될 것이다. 브릭스도 역시 엄밀하게는 왹스레도와 마찬가지로 당분 외의 모든 수용성 성분을 포함한 지표이지만, 당도의 지표로서 흔히 사용된다.
4. 보메(Baume)도
작성중
5. 잔류당도(Residual Sugar : RS)
와인 1리터 속에 남아있는 당분의 양을 g 단위로 표시한다. 단위는 g/L (gram per liter)가 된다. 유럽 표준(EU standard)에서는 와인의 잔류 당도를 이 단위로 표시하도록 정하고 있다.
6. 잠재 알콜 도수(Potential Alcohol)
이것은 과즙내에 포함된 당분이 남김없이 전부 발효되어 알콜로 전환되었다고 가정할 때의 알콜 도수를 말한다. 앞서 약 17.5g/L의 당분이 발효되면 1% 알콜도수가 올라간다고 언급한 바가 있다. 당분 함량이 350 g/L 에 이르는 고당도 과즙이 있다고 하자. 이 당분이 전부 발효되어 알콜로 바뀌면 약 350 / 17.5 = 20% 짜리 도수의 술이 만들어지는데, 이것을 두고 잠재 알콜 도수가 20%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실제 발효를 시켜보면 알콜 20%짜리 술이 만들어지진 않는다. 알콜에는 단백질 변성 작용이 있어서 살균 효과를 갖는데, 이 때문에 알콜 도수가 13~14% 정도에 이르게 되면 효모가 자신이 만들어낸 알콜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린다. 그 시점에서 발효가 끝나는 것이다. (요즘은 알콜에 강한 개량 효모를 사용하여 도수가 14.5~15.5%에 이르는 와인들도 꽤 있긴 하다.) 알콜13%를 만들기 위해 13 x 약17.5 = 220~230g/L 만큼의 당분이 소모되므로, 위에서 예로 든 350g/L짜리 과즙으로 와인을 양조한다면 120~130g/L에 달하는 많은 잔류 당분(residual sugar)이 남아 꿀처럼 달콤한 스위트 와인이 만들어진다.
각 계량 단위의 용도
대부분의 당도 계량 단위는 양조전의 과즙의 당도를 계량하는데 주로 사용한다. 반면 잔류 당도의 경우는 '잔류'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양조 후에 완성된 와인 속에 '남아있는' 당분의 양을 표시할 때 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때때로 양조 전의 과즙속 당분 계량에 잔류 당도의 단위인 g/L를 사용하기도 하고, 완성된 와인에 남아있는 잔류 당도를 브릭스(Bx)로 표시하기도 한다는 점은 알아두자.
사진출처 : 직접촬영
사진출처 : 직접촬영
위의 사진은 한 미국산 늦수확(late harvest) 스위트 와인의 빈 병을 촬영한 것으로, 포도 수확시점에서의 과즙 당도 (harvested sugar contents)와 양조후에 남아있는 잔류 당도 (residual sugar contents)를 모두 브릭스 단위로 표시한 것이 보인다. g/L로 환산시 수확 당도는 370~380g/L, 잔류당도는 180~200g/L 정도가 되는 아주 달콤한 와인임을 알 수 있다.
각 측정단위간 변환
1. 비중 → 왹슬레
왹슬레와 비중간의 관계는 왹슬레의 정의로부터 다음과 같이 표시된다.
Oe = 1000 (SG - 1) ………………… ①
수식이 어려운가? 쉽게 생각하자. 과즙이 물보다 1.087배 무겁다면 87°Oe 짜리 과즙이라는 이야기다. SG=1.087을 위의 식에 집어넣으면 Oe=87 이 나오는 것을 확인해보자.
2. 왹슬레 → 브릭스
왹슬레와 브릭스간의 관계를 수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아서, 하나의 고정된 수식이 존재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그림출처 : 직접작성
위의 그림처럼 물 70g에 물질A와 B를 30g씩 각각 녹였다고 하자. 결과적으로 수용액의 무게는 똑같이 100g이 되지만, 물질A와 B의 분자 구조에 따라 늘어나는 부피가 다르게 된다. 비중은 단위 부피당 무게이므로, 위의 그림에서 부피가 더 많이 늘어난 수용액B의 비중이 수용액A보다 작아지게 된다. (SGA > SGB > 1.0)
브릭스는 무게(g)를 기준으로 하므로 수용액A와 수용액B의 브릭스도는 동일하지만, 왹슬레는 비중을 기준으로 하는 단위라서 밀도가 낮은 수용액 B쪽이 더 작게 나온다. 왹슬레-브릭스간의 변환식은 일정하지 않으며 물질의 성분 구성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즉, 포도의 품종이나 과실이 익은 정도에 따라 변환 수식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여러 양조학자들이 저마다 변환 수식을 연구해서 내놓았다. 이 수식을 도출하는 과정은 물리학이나 화학이 아니라 통계학이다. 여러 양조 데이터를 수집하여 통계 자료를 만들고, 이 통계 샘플을 가장 잘 묘사하는 수식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 중 대표적인 수식을 하나 소개하자면 다음의 식이다.
Bx = (Oe + 5.0908) / 4.5522 ………………… ②
왹슬레도로 87°Oe 짜리 과즙의 브릭스도를 알고 싶다면 윗 식으로 계산해보자. 약 20°Bx 되시겠다. 그러니까 과즙 100g 속에 20g 정도의 당분이 녹아있다는 소리다.
3. 비중 → 브릭스
위에서 ①식을 ②식에 대입하여 Oe를 소거하면 SG와 Bx간의 관계식이 나오게 된다.
Bx = (1000(SG-1) + 5.0908) / 4.5522 ………………… ③
그런데 식이 너무 복잡하다보니 양조학자들이 좀 더 깔끔하고 간단한 식을 연구해서 내놓았다. 그 중 하나가 다음의 식이다.
Bx = 261.3 / (1 - 1/SG) ………………… ④
③, ④의 두 가지 식으로 밀도-브릭스 환산표를 만들어 보면 값에 차이가 조금 나게 되는데 밀도가 낮을 때는 차이가 커지고 밀도가 높아지면 차이는 줄어든다.
4. 브릭스 → 잔류당도
엄밀한 뜻에서는 '잔류' 당도가 아니지만, 하여간 브릭스 당도로부터 g/L 단위의 당도를 산출하는 식을 구해보자.
RS[g/L] = 10 × Bx × SG ………………… ⑤
윗 식의 유도과정은 브릭스에 밀도를 곱한 뒤 단위를 g/L에 맞추어 조정하면 된다.
④의 비중→브릭스 변환식을 변형하여 브릭스→비중 변환식으로 정리한 뒤 이를 ⑤식에 대입하면 다음의 브릭스→잔류당도 변환식이 얻어진다.
이 식은 필자가 유도한 것일 뿐 양조학 교과서에 실린 식은 아니니 너무 믿지 말자. 브릭스도로 당도를 계산해보고 싶은 사람을 위해 참고로 실었을 뿐이다.
5. 왹슬레 → 잔류당도
①②⑤의 수식으로부터 다음의 왹슬레→잔류당도 환산식을 얻을 수 있다. 이것도 필자가 유도한 것일 뿐 양조학 교과서에 실린 식은 아니니 너무 믿지 말자.
6. 왹슬레도 → 잠재알콜도수
앞서 나온 식들을 사용하여 과즙의 당도를 g/L로 구한 뒤, 이것을 17.5로 나누면 대략적인 알콜 도수가 산출된다. (17.5g/L 당분 →1%알콜) 하지만 이렇게 산출한 알콜 도수는 실제 양조된 와인의 알콜 도수와 잘 맞지 않는다. 왜 그럴까?
당분의 종류에도 여러가지가 있어서, 단당류, 이당류(단당류가 2개 결합), 다당류(단당류가 3개 이상 결합)로 나뉘고, 각 당류에도 여러가지 종류의 당분이 있다. 포도 과즙속의 당분은 대부분이 단당류인 포도당이지만 분자량이 큰 다당류는 효모가 분해하지 못하므로 알콜로 전환되지 않는다. 그래서 양조학자들은 이렇게 알콜이 되지 못하는 성분의 함량을 고려한 변환식을 저마다 연구하여 발표했다.
Pot.Alc.[%] = 1000 Oe / (7750 - 3.75(Oe - 7)) : FermCalc
Pot.Alc.[%] = 0.0595 (2.56 Oe - 22.2) : Gayon
Pot.Alc.[%] = 0.059 (2.66 Oe - 30) : Dubrunfaut
Pot.Alc.[%] = (Oe/6) - 2.5 : Benvegnin
위의 수식들의 의미는 공통적으로 왹슬레도에 일정 값을 뺀 뒤 비례상수를 곱하는 것이다. 즉, 알콜로 전환되지 못하는 성분을 뺀 뒤, 당도과 알콜도수간의 환산을 위한 비율값을 곱하는 것이다.
당도 단위 환산표
이런 수식을 암기해서 써먹기에는 내용이 너무 복잡하다. 위의 수식으로 환산표를 만든 것을 실어본다. 환산표를 보면 당도의 정도가 단위별로 어떻게 나타나는지 경향을 알기 쉽다.
소비자가 알아야 할 것
여기까지 복잡한 이야기를 참고 읽어주시느라 수고하셨다. 근데 읽으면서 좀 짜증나지 않은가?
「대체 이딴 것을 알아서 뭐하게?」
옳으신 말씀이다. 위의 이야기는 와인을 만드는 양조가에게 필요한 이야기이지 와인을 마시는 소비자들이 알 이야기는 아닌 것이다. 순전히 필자 개인의 지적 호기심 충족을 위해 정리를 하긴 했는데, 써놓고 나니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알아야 하는 내용은 뭘까? 바로 잔류 당도(residual sugar)다. 와인에 남아있는 잔류 당분의 양은 와인의 스타일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중 하나다. 잔당이 적다면 단 맛이 거의 없는 드라이(dry)와인이 될 것이고, 잔당이 많다면 아주 달콤한 스위트(sweet)와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와인의 백레이블이나 제조사의 홈페이지에서 공개하는 테크니컬 노트(technical note), 혹은 팩트 시트(fact sheet)에는 여러가지 정보들이 담겨있다. 알콜 도수, 오크(oak)통 숙성 여부, 오크통의 원산지, 새 통의 사용 비율, 통숙성 기간, 병입 후 숙성기간, 젖산발효(malo-lactic fermentation) 여부, 타르타르산(Tartaic Acid)의 함량, 잔류 당도(residual sugar) 등등 여러 정보를 종합하면 소비자가 해당 와인의 스타일을 다소나마 추측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드럽고 가벼운 스타일의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알콜 도수가 15.0%라고 써진 와인을 골라서는 안될 것이다. 와인의 표준 도수는 13.0% 니까 15.0%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상큼한 맛을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젖산발효를 했다고 써진 화이트 와인을 고르면 안될 것이다. 젖산 발효는 타르타르산을 젖산으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상큼한 신 맛이 줄어들고 부드럽고 농후한 맛이 된다. 반대로 신 맛의 와인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화이트 와인을 고를 때 젖산 발효를 한 와인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드라이한 와인을 즐기고 싶은 사람이 'sweet' , 'auslese', 'late harvest' , 'dolce' , 'doux' 등 단 맛과 관련있는 단어가 써진 와인을 고르면 안될 것이다. 반대로 꿀처럼 달콤한 본격적인 디저트 와인에 열광하는 (필자같은) 사람이라면, 와인에 (혹은 양조장 홈페이지에) 표시된 당도 표기는 와인을 고르는 중요한 선택기준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잔류 당분 함량이 어느 정도의 달콤함을 뜻하는 것일까?
유럽 표준에서는 잔류 당도에 따른 와인의 구분을 다음과 같이 한다.
출처 : Wikipedia
스파클링 와인의 경우는 별도의 기준이 있다.
출처 : Wikipedia
그리고 다음에 이어 유명하다는 스위트 와인들과 그 잔류 당도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를 소개해보겠다. 그것을 기억해두었다가 나중에 와인을 고를 때 백레이블에 써져있는 잔류당도를 보면 어느 정도 당도의 제품인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소테르느(Sauternes)의 당도
프랑스의 소테르느(Sauternes) 지구는 스위트 와인의 일종인 귀부(貴腐) 와인 생산지로서 명성이 높다. 이 지방의 와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스위트 와인이라는 샤토 디켐(Chateau d'Yquem)이다.
이켐(Yquem)의 잔류당도는 120 g/L 이 표준이다. 빈티지에 따라서는 140~160 g/L 까지 올라가기도 하지만 그 이상으로 올라가는 일은 없다. 이켐은 과즙의 잠재 알콜도수가 20%가 넘어야 수확을 하며 양조 후의 알콜 도수는 13~14% 정도를 보인다. 즉 7% (=약120g/L) 정도는 알콜이 되지 못하고 잔류 당분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이 정도의 당도는 일반 와인을 기준으로 한다면 아주 높은 것이지만 (유럽 표준에서 스위트 와인은 45g/L 이상을 칭한다는 것을 상기할 것), 스위트 와인의 세계에서 이보다 몇 배의 잔류 당도를 보이는 와인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이켐의 당도는 아주 높은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켐의 대단한 점은 당도 자체가 아니라 완벽한 밸런스에 있다. 당도, 산도, 알콜, 향, 질감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영화 「NEXT」에서 주인공(니콜라스 케이지분)이 상대 여성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며 이런 대사를 말한다.
「이탈리아 화가 엘리오 카를레티가 말하길, 아름다움이란 고칠 것도,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도록 하나하나가 어우러진 것이랬죠. Italian painter Elio Carletti said that "Beauty is a summation of the parts where nothing is needed to be altered, added, or taken away."」
이 표현이야말로 샤토 디켐의 아름다움을 가장 적절하게 나타내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가 이켐 예찬론으로 흘러버렸는데, 다시 당도 이야기로 돌아와서 소테르느 지구의 다른 샤토들도 당도는 크게 다르지 않다. 보통 120~160g/L 정도의 당도를 보인다.
독일 와인의 당도
출처 : Wikipedia
※ 머스트(must) :포도알을 파쇄하여 과육, 껍질, 과즙이 서로 죽처럼 엉킨 것
독일 와인이 품계를 당도에 따라 나눈다는 것은 왠만한 와인책에 다 나와있으니 더 말하지 않겠다. 이 당도라는 것은 완성된 와인의 잔류 당도가 아니라 양조전 과즙의 당도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므로 당도가 낮은 카비넷(Kabinett)이라고 해서 와인이 달지 않은 드라이 (dry)한 와인이라는 뜻이 아님에 주의하자. 드라이 와인인 경우는 트로켄(trocken : 마른)이라는 표시를 한다. 리슬링 트로켄, 리슬링 슈팻레제 트로켄, 이런 식으로.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독일의 모젤(Mosel) 지방에서는 카비넷(Kabinett)급의 와인을 만들려면 과즙의 최저 당도가 70° Oe가 될 것을 양조법에서 요구한다. 이 기준에 미달되면 카비넷이라고 이름 붙여 팔 수가 없다. 앞서의 환산식을 보면 완전 발효 후에는 최소한 9% 짜리 술이 될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법정 최소 알콜 농도인 7% 이상 충족가능)
트로켄베어렌아우스레제(Trockenbeerenauslese : TBA)를 만들려면 150° Oe 이상의 과즙을 써야 하는데, 이 과즙에 들어있는 당분의 양을 대강 환산하면 150° Oe ≒ 380g/L ≒ 22% 가 된다. 양조전의 과즙 당도는 소테르느보다 다소 높은 정도지만 양조후 TBA는 보통 6~8% 정도의 낮은 알콜 도수를 보이므로 잔류 당분은 소테르느보다 훨씬 많이 남게 되어 약 250g/L 전후가 된다. 법적 최저 기준을 초과하는 고당도 과즙으로 양조한다면 잔류당도 역시 더 올라간다. 예를 들면 180° Oe짜리 과즙을 쓴다면 양조후 잔류 당분은 약 350g/L 정도가 된다.
헝가리산 토카이의 당도
헝가리산 귀부(貴腐) 와인인 토카이(Tokaji)는 귀부화(貴腐化. botrytized)된 포도로 만든 머스트와 일반 포도로 만든 머스트를 섞어서 발효시키는데, 그 혼합 비율에 따라 급이 나뉜다.
- 에센시아 (Essencia)
- 아수 에센시아 (Aszu Essencia)
- 아수 6 푸토뇨쉬 (Aszu 6 Puttonyos) : 잔류당분150 g/L 이상
- 아수 5 푸토뇨쉬 (Aszu 5 Puttonyos) : 잔류당분120 g/L 이상
- 아수 4 푸토뇨쉬 (Aszu 4 Puttonyos) : 잔류당분 90 g/L 이상
- 아수 3 푸토뇨쉬 (Aszu 3 Puttonyos) : 잔류당분 60 g/L 이상
머스트를 발효시킬 때는 Gonci 라고 불리는 136리터짜리 작은 오크통을 쓴다. (프랑스에서 사용하는 작은 오크통인 바릭(Barrique)이 223~225 리터이므로 꽤 작은 크기의 통을 쓰는 셈) 여기에 푸토니(Puttony)라고 불리는 25kg들이 바구니로 귀부화된 머스트를 몇 개 넣느냐에 푸토뇨쉬(Puttonyos)라는 단위로 급을 나눈다. 25kg 들이 바구니를 3개 넣고 발효시켰다면 3푸토뇨쉬 토카이가 되는 것이고, 5개 넣고 발효시켰다면 5푸토뇨쉬 토카이가 된다. 아수 에센시아(Aszu Essencia)는 6푸토뇨쉬 이상급으로 Gonci 통을 전부 귀부화된 머스트로만 채워서 발효시킨 것이다.
최상급품인 에센시아(Essencia)는 인공적으로 압착하지 않고 머스트가 중력에 눌려 자연 압착되며 흘러내리는 과즙 (이것을 freerun juice라고 함)만 따로 받아내어 양조한 것으로 가장 귀한 대접을 받는 와인중 하나다. 에센시아의 잔류 당분은 최저 450g/L 이상이며 500~700g/L 정도가 보통이다. 드물게는 900g/L를 넘기는 경우도 있다.
에센시아는 와인이라기 보다는 농축 과즙 시럽에 가깝다. 엄청난 당도와 점성으로 인해 발효가 매우 느리게 진행되며, 완성된 와인의 알콜 도수는 5~6%를 넘기지 못한다. 낮은 경우는 2% 정도에 머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맛과 향이 고도로 응축된 최고급의 스위트 와인으로, 옛날에는 왕이나 마실 수 있었다고 한다.
에센시아의 수명은 100~200 년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국의 와인 전문가들의 웹사이트에는 가끔 18세기에 만들어진 (100년이 훨씬 넘은) 에센시아의 시음기가 실리곤 하는데, 그들의 시음기에 따르면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맛과 향을 뽐낸다고 하니 그 맛이 어떤 것일지 참 궁금해진다. 그러나 이런 와인은 일반적인 루트로는 거의 입수가 불가능하고, 해외의 경매 등에서 낙찰받는다고 하더라도 일반인의 상식을 넘는 가격표가 붙게 된다. 필자같이 주머니가 가벼운 보통 사람은 그냥 글로 읽는 것으로 대리 만족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참고자료]
Roger B. Boulton, Vernon L. Singleton, Linda F. Bisson, 「Principles and Practices of Winemaking」 p.193~195
http://en.wikipedia.org/wiki/Ochsle
http://en.wikipedia.org/wiki/Brix
http://en.wikipedia.org/wiki/Tokaji
http://en.wikipedia.org/wiki/QbA
http://www.epicurious.com/tools/winedictionary/entry/?id=8221
http://www.thewinedoctor.com/glossary/glossary.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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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이쪽에선 포르투갈 와인은 본 적이 없는 듯... 위에서 눈에 익은건 Kendall-Jackson 정도네요. ^^;
(그나저나 많이 드시는군요~!)
포르투갈하면 포트-라는 공식 때문에 테이블 와인이 제 대접을 못받는 것 아닌가 싶더군요. 테이블 와인도 좋은 것이 많습니다. 미국에서는 가격도 쌀테니 드셔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