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특별한 와인을 땄습니다.
참석자: 마근엄(본인), jam777, ESTi, 리스 (이상 나이순 -_-)

도열해있는 와인들. 왼쪽의 2병은 리스님이, 나머진 제가 제공했습니다. 지공다스는 2일전에 오픈했던 것 반병이 남아서 각자 한 잔 테이스팅 정도로 끝났고, 토카이도 과음 상태라 테이스팅 정도로만 끝났습니다. 나머진 다 비웠군요. 와인 목록은 좌로부터
- 소테른 1급 샤토 클로 오 페라게 Château Clos Haut-Peyraguey 1998년
- Caves Velhas 다웅 틴토 Dão Tinto 1983년
- 로얄 토카이 컴퍼니 토카이 6푸토뇨스 Royal Tokaji Company Tokaji 6 Puttonyos 1999년
- 메독 1급 샤토 라투르 Château Latour 1997년
- 도멘 산타 뒥 지공다스 프레스티쥐 데 조트 가리게Domaine Santa Duc Gigondas Prestige des Hautes Garrigues 2003년

라투르 1997년은 2년전 독일 출장갔을 때 178유로 (당시 환율로 약22만원)을 주고 사온 겁니다. 지금은 유럽에서도 최소한 250유로 (현재 환율로 약37만원) 정도 줘야 합니다. (국내 모백화점 셀러는 라투르 1997이 130만원 딱지를 붙였더군요. 다른 빈티지라면 모를까 1997년 치고는 너무 비싼 것 아닌지......)
라투르는 짙고 강인하며, 화려한 복합미를 뽐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영국의 와인 평론가 휴 존슨 Hugh Johnson은 저서 「Modern Encyclopedia of Wine」에서 다른 1급 샤토인 라피트(Ch. Lafite-Rothschild)와 라투르를 비교하며 「라피트가 테너라면 라투르는 베이스고, 라피트가 서정시라면 라투르는 서사시이며, 라피트가 댄스라면 라투르는 퍼레이드다」라고 썼습니다.
그러나 제가 구입한 1997년은 수확기에 폭우가 오는 통에 지난 10년간 가장 신통치 못했다는 빈티지. (대신 싸요. 20만원이 어디가 싸냐고 말하면 할 말은 없지만.) 와인 저널리스트 닐 마틴 Neal Martin은 라투르 1997년을 두고 「not classical, but very fine. (전통적인 라투르는 아니지만 매우 좋다)」이라고 언급한 바가 있었습니다.
색조는 병에서 흘러나오는 순간 숙성되었음을 바로 알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먹물같기로 소문난 라투르답지 않게 다소 투명감이 있으면서 가장자리는 벽돌색을 띠기 시작했습니다.
마셔보니 확실히 당혹스럽군요. 처음 마셔보는 라투르지만, 글로 읽었던 라투르에서 기대한 맛은 확실히 아닙니다. 너무 부드러운 나머지 첫 인상은 물같다는 느낌이 들었을 정도로 부드러웠고 기력을 많이 소진했다는 것을 분명히 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묘한 살짝 돋는 산도와 감칠맛이 있고 고기와 먹으니 술이 술술술~ 잘 넘어갑니다. 마치 숙성된 바바레스코나 부르고뉴를 마시는 듯한 감촉입니다. 와인의 스타일은 본래 전혀 달랐어야 할텐데, 숙성된 술은 서로 닮아간다는 말이 이런 것일까요?
보통 20년 이상 숙성한다는 라투르치고는 10년만에 많이 늙지 않았나 싶은데, 신통치 못했던 빈티지탓도 있을테고, 구입 당시에도 셀러안에 보관되지 못했던 물건이라 숙성이 좀 더 가속되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지금 따길 잘 한 것 같습니다.
2번타자 다웅 틴토. 포르투갈 다웅 지방의 와인인데, 이미 25년 다 되어가는 올드 빈티지입니다.
솔직히 고백하거니와 앞타자인 라투르와 잘 구분을 못 하겠더군요. 향은 약간 차이가 있는 듯도 했지만 맛은 놀랍도록 닮아있었습니다. 이 술도 색에서나 맛에서나 숙성된 느낌이 잘 전해집니다. 귀한 술을 제공해주신 리스님께 다시 감사드립니다.
3번타자 지공다스. 이 와인은 도멘 산타 뒥의 상급 퀴베 Cuvée입니다. 프랑스 남부의 론 Rhône 지방에서도 특히 파워풀한 와인이 만들어진다는 지공다스인데, 이 와인의 알콜 도수는 무려 15도에 이릅니다.
2일 전에 따서 반 병을 따로 덜어놓았던 와인이라 조-금 마실만해졌는데, 딴 직후에는 강렬한 타닌에 먹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넘치는 과실맛과 강렬하게 혀를 조여오는 감각. 평론가들 曰 몇 년 뒀다가 먹으라더니 그 이유를 좀 알겠더군요. 앞서 두 병이 곱고 온화하게 나이든 노인 같다면 이 와인은 혈기왕성한 청년, 아니 천방지축 어린이와도 같습니다.
4번타자는 소테른. 그랑 크뤼 1급의 클로 오-페라게 입니다. 해외의 시음노트에서 흔히 「oily」,「Butterscotch」라고 표현하는 매끄러우며 달콤한 감각, 열대과일향이나 벌꿀향이라고 표현되는 소테른 특유의 향이 잘 살아있습니다. 전형적인 소테른의 맛. 지금 마셔도 맛있습니다만 아직은 한참 더 숙성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5번타자는 소테른과 토카이의 스타일 비교를 위해 셀러에서 6푸톤짜리를 꺼내서 개봉했습니다.
토카이는 무척 좋아하는 술이라 여러차례 마셔봤는데, 소테른과 토카이는 스타일이 분명하게 다릅니다. 토카이쪽이 좀 더 새콤한 느낌을 주는 산도가 살아있다고 해야겠네요. 숙성이 덜된 소테른은 뒷 맛에서 다소 까칠하니 쌉쓰름한 맛이 남는데, 그것 자체를 나름대로의 개성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뒷 맛이 깔끔한 토카이쪽이 제 취향인 것 같습니다. ESTi군도 토카이를 무척이나 좋아하더군요. (어이~ 입이 고급이여~)
집에서 직접 파스타 만들어 먹고, jam777군이 사온 최고급 한우를 궈서 와인과 함께 먹으면서 사람들과 함께 담소를 나누고, 술도 깰 겸해서 아내가 즐기는 보이차(30년짜리 orz.)를 연거푸 들이키면서 다시 또 이야기를 나누니 이것이 행복이군요. 좋은 음식,와인,차도 좋지만 그것을 좋은 사람들과 기분좋게 먹을 때 진정으로 좋은 것 같습니다.
이런 된장질 자리를 자주 가질 수는 없겠지만 어쩌다 한 번 즐기는 것도 인생의 낙이 아닐까요.
추신: 왜 나 없을 때 땄냐는 원망은 pass. ^^; 따로 찍은 빈 병 사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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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좋은 사람들, 좋은 시간들, 좋은 와인들
Tracked from The Aris Company [2008/08/05 12:34] 삭제서울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내려와 이제 도착했습니다. 이번에 서울에서 보고 느낀것을 천천히 차 안에서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깨닫게 된것- - 좋은것은 좋은것과 함께 할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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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군요~ T_T
이번에는 어쩌다보니 같이 드실 기회가 안 닿았네요. 죄송.
우앙~ 부럽습니다.
연말에 전뇌파 모임이라도 다시 한 번.
트랙백 감사합니다. 정말 좋은 자리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엔 부산에 내려 오시면 그떄 또 좋은것을 따도록 하지요. 헐헐헐.
아아... 부산 갈 일을 만들어야겠군요.
저 좋은 와인들보다도 함께 즐겁게 마실 사람이 있다는게 부러운 요즘 입니다...
쌀나라가 싸서 좋잖아요.
쿨럭쿨럭.
왜 나 없을 때 땄냐능...T.T
다음 기회에 다른 와인을 먹자구 ^^;
한가지 에러는 맛의 가치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누려야 할 호사였던거 같은데...
다음엔 저두 와인 공부 좀 하고 얻어먹겠습니다 ㅡㅜ 이번에 형님 감사 굽신굽신
공부해야 한다고 스트레스 받기 시작하면 이미 즐겁지가 않게 된다능. 좋은 거 자주 딸 만큼 돈 많이 벌어서 많이 마셔보는게 백날 책 읽는 것 보다 훨씬 공부 된다능. 그러니까 빠삐놈이나 어떻게 상업화 돈으로 연결시킬 궁리 잘 해보라능. 놓치기 아까운 기회 같다능. 돈 많이 벌어서 좋은 거 마실 때 나 좀 꼽사리 끼워주면 감사. 굽신, 굽신 ...왜 나 없을 때 땄냐능...T.T
공부는 별로 필요 없고 먹어서 맛있다 아니다를 알 수 있는 혀만 갖고 있다면 충분하지. 맛있게 먹어줘서 정말 고맙다.
역시 형과 같이 마실때의 와인은 좀 특별해요. 너무 즐거운 술자리였습니다:)